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이반 일리치와 나눈 대화


이반 일리치와 CBC 라디오 진행자인 데이비드 케일리와 나눈 5년 동안의 대담을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은 일리치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소개하고 있는 양서다. 특히 해제가 이반 일리치의 전반적인 사상과 주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령 국내에 출간된 그의 대부분의 저작들의 내용이소개되는데, 『병원이 병을 만든다』, 『학교 없는 사회』, 『그림자 노동』, 『성장을 멈춰라』등이 대표적이다. 자본과 권력 체제에 진정한 위협이 되는 휴머니스트는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협공을 받기 쉽다. 진정한 인문주의자 이반 일리치도 그런 좌우의 협공을 받았다. 가령 우파에서는 일리치를 지나친 급진에 물든 공상가로 치부하고, 좌파에서는 일리치를 과거의 향수와 종교에 찌든 보수주의자로 간주한다. "사상가로서 일리치는 통상적인 범주로 분류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보수주의자도 낭만주의자도 아니며, 포스트모더니스트도 반모더니스트도 아니다. 무정부주의자라고 부를 수는 있겠으나, 권력을 거부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복음의 핵심이라 믿기 때문이지 무정부주의라는 정치주의에 찬동하기 때문이 아니다. "(65쪽) 이반 일리치는 실존적 인간은 누구나 어둠 속의 촛불 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그의 사상은 자크 마리탱에게 빚지고 있다. 마리탱은 완전한 인본주의 (integral humanism)를 주창한 인물이다. 그는 세속적 인본주의는 인간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정신적 차원을 거부하기 때문에 부분적 인본주의에 지나지 않으며 반인간적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선善이 가치로 대체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선이 가치로, 당연한 헌신이 경제적 결정으로, 질문이 문제로 탈바꿈한 것은 우리의 생각, 우리의 관념, 우리의 시간이 이미 자원으로 바뀌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여기서 자원이란 둘 또는 그 이상의 목적 가운데 하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희소한 수단을 말한다. "(178쪽)​ 이반 일리치의 주요 문제의식 가운데 하나는 코룹티오 옵티미 페시마(corruptio optimi pessima) 이다. "최선의 것이 타락하는 일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는 의미의 라틴어 격언이다. 일리치는 스스로를 신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로 자리매김한다. 그의 사상의 여정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12세기 중세 유럽이었다. 현대의 여러 관념들이 형성되던 시기였던 12세기를 통해 일리치는 우리를 지배하는 현대의 관념과 확실성의 기원을 뿌리까지 밝혀 내고자 했다. 중세기에 대한 일리치의 관심사는 주로 건설적이고 혁명적인 관념이 일으키는 사악하고 파괴적인 반작용, 즉 관념의 뒤집기 가 일어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반 일리치가 CBC 라디오 진행자인 데이비드 케일리와 나눈 5년 동안의 대담을 기록한 책이다. 병원이 병을 만든다 , 학교 없는 사회 , 그림자 노동 , 성장을 멈춰라 ,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등 현대 사회를 성찰하는 그의 수많은 저작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고전과 현대의 숱한 책들을 인용하며, 국적을 넘나들며 사용하는 일리치 특유의 어휘와, 그가 즐겨 사용하는 은유적, 비유적 표현 때문인지 그의 글은 생각만큼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이 책은 이반 일리치 자신이 자신의 사상을 글이 아닌 말로 풀어낸 대담집으로 그의 저술보다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의 소리 언어로 제작되었다.

열한 개의 언어를 익혔으며 세 개의 학위를 갖고도 평생 떠돌이 학자 를 고집한 사람, 몬시뇰이라는 명예로운 직책과 대학교 부총장이라는 높은 사회적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빈민과 기거를 같이하여 항상 행동하는 활동가였지만 그가 내놓은 의견들은 항상 우리 사회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강하게 공격했으며, 해석을 놓고 세간의 갖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이반 일리치는 정작 일리치 자신은 자신의 사상 전체를 하나의 큰 틀로 정리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특성 때문에 이반 일리치의 전 사상을 골고루 다루며, 그것을 일리치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은 사실상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때로는 힘 있고, 때로는 위트가 넘치게 쏟아낸 5년간의 말들이 대담자인 케일리의 말을 빌리면 아무런 기탄없이 기록되어 있는 이 책에서 어쩌면 독자들은 가장 열려있는 이반 일리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들어가며
해설_ 이반 일리치에 관하여

chapter 1 교육은 만들어진 신화다
chapter 2 세계 속의 증인 역할
chapter 3 파국적 단절
chapter 4 어둠 속의 촛불이 되라
chapter 5 오만의 마지막 미개척지대
chapter 6 이중의 게토
chapter 7 사랑이라는 가면
chapter 8 분수령을 따라 걷는다
chapter 9 질료가 제거된 세대
chapter 10 사람 손 안의 우주

옮긴이의 말

주요 고유명사와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