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에 아이들과 나는 시청 혹은 덕수궁 부근에서 하는 공정무역 행사에 참가하곤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정무역에 대해 안다면 1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을 텐데, 행사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우리에겐 생소한 행사에 그치는 공정무역이지만 영국에서는 아닌 모양이다. 일상이 공정무역(공정무역이라는 범주 안에는 지속가능성 혹은 그린 디자인도 포함되는 모양이다. 공정무역 행사를 참여하다 보면 그 안에는 공정무역으로 만들어진 커피나 초콜렛 말고도 다양한 디자인의 티셔츠나 가방도 있으니까)인 사람들.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런던의 착한가게는 패션, 가구, 먹 거리, 그리고 재활용에 관한 공정무역, 지속가능성, 그린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공정무역하면 사람들은 생각한다. 허영이고 허세라고. 윤리적인 물건을 선택하는 소위 ‘착한 소비’를 하는 심리 뒤에는 나는 남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허영심.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게 사치인 시대. 돈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있고 기업이 정부를 좌지우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무역을 행하는 사람들. 솔직히 나는 공정무역을 할 수 있는 제품군이 몇 개나 될까 싶어 긍정적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과거 제국주의 아래 많은 나라를 침략했고, 많은 사람들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했던 나라다. 그런 사람들이 신사라는 이름으로 공정무역을 한다는 사실이 나는 싫었다. 선한 모습 뒤에 추악함을 감추려는 의도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래서 그들은 더 공정무역을 하고 지속 가능한, 혹은 그린 디자인을 하는 건 아닐까? 폐기된 원단이나 버려진 가구, 혹은 저개발 국가에서 만든 양탄자를 제 값으로 사고파는 것. 이 책에 공정무역 금이라는 게 나온다. 금 채굴 산업은 인류 최초의 환경 파괴 산업으로 불리는데 그 이유는 금반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언덕만한 암석 수천 톤을 부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돌 등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금에 수은이나 청산가리를 사용해 화학 처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변 지하수가 오염되고 작업자들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독극물에 중독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공정무역 금은 채굴 과정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광부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제공하며 어린이 고용 금지 등 규정을 준수하는 금광에서 프리미엄을 얹어 구입한 금을 말한다. (68) 어떤 물건에 대한 유통과정을 제대로 생각해 본적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로 인해 고통 받게 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소비는 잘사는 나라에서 하지만 그 물건들이 버려지는 건 못사는 나라라고 들은 적이 있다. 백색 가전을 쓰는 나라는 잘사는 나라지만 폐기된 백색 가전이 버려지는 곳은 아프리카의 이름 모를 지역이라는 말도.. 물론 이들이 이런 활동을 한다고 이 지구가 어느 순간 깨끗해지거나 공정해지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위해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하나 이런 활동을 한다고 이 세상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작은 행동들이 모여 세상은 변화된다고 나는 믿고 싶다. 버려진 군복, 폐기 낙하산으로 만드는 외투, 가난한 사람들이 만드는 가방, 버려진 가구로 재탄생한 아름다운 가구, 재활용품으로 만드는 기타, 깨진 도자기에 새롭게 옷을 입히는 재탄생 도자기,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 해 만드는 네팔의 양탄자 그리고 맥주와 생 두부 이야기. 공정무역이라는 개념은 어쩜 어렵고 대단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지속 가능하고 재활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 그것들 또한 넓은 의미의 착한 소비 아닐까?
디자인의 도시 런던에서, 그저 아름다운 물건만이 아니라 착한 물건을 만드는 디자이너-메이커를 소개한다. 쿨하고 예쁜 공정무역 드레스부터 짝 잃은 서랍들을 맞춰 만들어낸 재활용 서랍장, 소규모 양조로 잃어버린 옛 맛을 되살려낸 맥주에서 소비자가 소유주이자 운영자인 슈퍼마켓까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을 내며 |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는 런더너를 만나다 I. Fashion 옳은 게 예쁘다 | 사피아 미니(공정무역 패션 브랜드 피플 트리 설립자) 지속가능한 디자인 너머를 생각해야 한다 | 크리스토퍼 래번(패션 디자이너)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미다 | 피파 스몰(주얼리 디자이너) 왜냐하면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니까 | 일레인 버크(가방 메이커) II. Wood Works 서로 가진 것을 나눈다 | 이스트 런던 퍼니처(가구 디자인 공방) 쓰레기란 아직 쓰일 곳을 찾지 못한 자원 | 루퍼트 블랜차드(가구 디자이너) 만질 수 있는 음악을 만든다 | 알렉스 비숍(집시 재즈 기타 제작자) III. Craft and Utility 버려진 물건을 사랑받도록 | 멜로디 로즈(업사이클리스트) 옳고 그름은 권위가 아니라 사람이 정한다 | 크리스 호튼(공정무역 카펫 메이드 바이 노드 설립자) 결국 우리는 사랑하는 것만을 간직한다 | 제인 니 굴퀸틱(발명가) IV. Food 잃어버린 맥주 맛을 찾아서 | 에빈 오라오다인(커널 브루어리 설립자) 손으로 만드는 좋은 두부 | 닐 맥레난(클린 빈 토푸 설립자) 주민의 요구에 맞는 슈퍼를 만든다 | 피플스 슈퍼마켓(소비자 협동조합 슈퍼마켓) 런던, 자전거가 일상인 도시 | 보리스 바이크(런던의 자전거 대여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