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카의 일기속엔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즈음의 고아원의 일상이 담겨있다. 생김새도, 성격도, 자라온 환경도 다른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고아원은 아무리 시설과 여건이 좋다하더라도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진 못하는 장소이다. 하물며 전쟁 즈음의 고아원이라하면 더 열악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항상 배고파 할테고 사랑에 굶주렸을 것이다. 하지만 폴란드의 교육자인 야누시 코르착이 선생으로 있는 고아의 집 은 사정이 달랐다. 훌륭한 교육자였던 코르착 선생님은 아이를 어른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우해줬고,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이 곳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매를 드는 대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랑을 주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일기형식의 책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블룸카의 일기엔 총 열두명의 아이가 소개된다. 항상 배가 고픈 지그문트는 어렵게 모은 돈으로 빵을 사는 대신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서 강에 놓아주는 착한 아이 이다. 이런 행동에 선생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레기나는 이야기꾼이고, 아브라멕은 서랍을 잘 만든다. 소매치기였던 쉬맥은 양파껍질 벗기기 대회에서 일등을 했고, 인기투표에서 일등을 한 스타시엑은 경비행기에 타는 행운을 얻는다. 리프카는 운동신경이 좋고, 아론은 재단사가 꿈이다. 귀에 완두콩을 넣은 폴라의 이야기는 귀여움을 자아내고, 다섯살인 코칙이 석탄을 나르는 모습은 참으로 기특하다. 고아원생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고아의 집 을 운영하는 선생님들의 교육 철학도 엿볼수가 있다. 한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라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고, 일 하기도 싫어했지만 코르착 선생님은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 오랜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그 이후론 좋은 쪽으로 변했다고 한다. 하이멕이 나쁜 짓을 했을 때도 선생님은 매를 드는 대신 어린이 법정에 세웠다. 그리고 아이들의 용서를 받고 우는 하이멕을 꼭 안아주었다고 한다. 하이멕이 나쁜 아이는 아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힘들게 산 것이다. 라는 글에서 이 고아원이 중요시 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코르착 선생님은 아이를 존중해 주었다. 그가 남긴 말과 행동은 진정한 교육자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선생님 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준다. 아이를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섣불리 재단하고 있진 않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단 한번뿐인 소중한 어린시절을 어른의 욕심대로 살게 하고,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진 않는지 말이다. 반세기도 훨씬 전에 살았던 한 훌륭한 교육자의 이야기를 지금 우리가 감명깊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이런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반증 같기도 하다. 아직도 어린이 인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니 말이다. 벌 보단 상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아이와 어른은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스승을 우리는 과연 많이 가졌는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지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 사람. 아이들에겐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하며, 어리다 는 건 절대로 바보 나 더 못하다 는 걸 뜻하는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스승이었다. 가장 인상깊은 건 자라는 일은 힘든 일이니 충분히 쉬라고 하는 것이었다. 뼈가 자라는 만큼 마음도 따라 자라야 한다는 그 말이 정말 좋았다. 젖니가 빠질 때마다 50그루쉬를 주는 것도 성장을 축하해주는 의미였을 것이다. 원하는 만큼 먹게 하고,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건 심장이 뛰는 것과 같다며 내버려두는 코르착 선생님의 가르침은 감동적 이었다. 아이를 어른과 같은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봤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학생에게 미안해 라는 말을 하게 하고, 똑같이 어린이 법정에 서게 하는 걸 보면서 말 뿐인 가르침이 아닌걸 알게 됐다. 이런 교육자가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 사라져버린 점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교육 이념에 반하지 않았던 훌륭한 선생님 이었다.
2012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그림책부문 아너 선정, 어린이 인권에 대한 그림책폴란드 작가가 그려낸 폴란드 교육자 야누시 코르착, 그리고 그의 아름답고 민주적인 학교 이야기 블룸카의 일기 이 그림책의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폴란드 작가이면서 한국에서 첫 출간을 시작하여, 브라티슬라바 비엔날레 황금사과상, 볼로냐 라가치 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의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올해, 2012년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그림책부문 아너에 블룸카의 일기 가 선정되었습니다. 이 그림책 블룸카의 일기 는 그녀의 자국 폴란드와, 폴란드가 낳은 교육자 코르착, 그리고 그가 일생에 걸쳐 실천한 어린이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바르샤바 크로흐말나 거리 92번지에는 200여 명의 아이들이 몸담고 있는 ‘고아의 집’이 있었고, 야누시 코르착은 이곳의 선생으로, 이 아이들의 아버지로, 최선을 다하여 아이들을 돌보았습니다. 어린이도 어른과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알고 그 권리를 존중했던 교육자로서, 코르착은 이 ‘고아의 집’을 아름답고 민주적인 학교로 꾸렸고 1942년 강제수용소 가스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을 마감했습니다. 블룸카의 일기 는 한 아이가 쓴 일기의 형식을 빌어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