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떨까, 생각이 포스트 잇과 같아서 쉽게 붙였다가도 쉽게 떼어 버릴 수만 있다면. 사람 관계도 또한 포스트 잇과 같아서 쉽게 손 잡았다가 쉽게 손 놓아 버릴 수 있다면. 아니라는 것을, 안 된다는 것을, 나는 아마 마음 깊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반대로 포스트 잇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겠지.
작가의 산문집인 이 책을 읽으면서(무려 지금으로부터 10년이나 지난 때의 글인데도) 호감이 생겨나는 만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취향이 아니었다 싶은 그의 소설들 때문이었다. 소설가가 소설로 팬을 불러 모아야 할 텐데, 이런 점에서 나는 불편한 팬이 될지도 모른다. 가까이 하기엔 거북하고 멀리 하기엔 아쉬운, 그런 팬.
이 책 속에는 속도 에 대한 이야기가 몇 편 나온다. 현실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거다. 삐삐 가 증거라면서. 부분적으로는 인정하게 되는데, 내게는그 빠르다는 속도가별로신경쓰이지 않는다. 십 년? 글쎄, 사는 게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물건 몇 개 바뀌고 또 새 물건이나왔다고 한들, 사람끼리 엮는 관계는 여전하거나 오히려 더옛스러워지기도 하는 것을. 십 년 전의 작가나 지금의 작가나 글로 보는 그는 여전해 보여서 더 그럴 수도 있었고.
어쨌거나 나로서는 이 책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내용으로 살고 있는 작가의 삶이 괜찮아 보여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는 만족스럽다. 앞으로 읽게 될 그의 소설도 내 취향으로 들어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행여 실망하게 되더라도 괜찮다, 산문이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122
카리스마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이미 최선인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이 씁쓸한 진실을 알지 못하면서 지도자로 살아간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포스트 잇
입맛 잃은 봄철에는 냉잇국이 올라와 있는 것만으로도 푸짐한 한상이 마련되기 마련이다. 냉이가 품고 있는 봄의 기운이 여타의 가감없이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산문집(간혹 잡문집 으로 불리기도 하지만)의 매력 역시 가감없는 그 특성에 있는 것이 아닐까?
언제든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편리함을 지닌 포스트 잇 의 생명력은 그다지 길지 않다. 하지만 김영하의 포스트 잇 은 일정한 흔적을 남기며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전세계를 경악으로 몰고 갔던 미국 9.11 테러 를 보며 두번째 비행기가 세계 무역센터 빌딩을 때렸다.는, 테러는 한 편의 현대시라는 구절을 어떻게 쉬이 떼어 낼(잊을) 수 있단 말인가.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자면 심각하기만 한것은 아니지만, 김영하가 우리에게 붙여준 딱지 를 떼어내느냐 마느냐는 온전히 우리의 몫인 것처럼 보인다.
작가가 등단 7년만에 처음 묶었다는 이 산문집에는 소설 속에 투영됐던 그의 모습은 물론이고 자연인 김영하의 모습 또한 담겨 있다. 이 작가를 추종하는 독자들이나 혹은 소설가의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있을까 궁금한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이다.
1, icon
카메라
자전거
야쿠르트
조선왕조 주식회사
말표구두약
(...)
2. memory chip
봄
타카야마
허탕
불행아
이별
(...)
3. head ache
해찰과 두통
19세기에 태어난 20세기의 여자
죽음, 속도, 휴식
평범
게임
(...)
4. post it
개
니콘
달과 6펜스
대금
레너드 코헨
(...)
5. etc
전화
도착(倒錯), 도착(倒着)?
칼, 그리고 역지사지
테스트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