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은 그동안 자신이 회사에서 정년퇴직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능력도 인정받았고 평판도 좋았다. 회사에 있으면 편했다. 이렇게 빨리, 그것도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회사와 본부장에 대한 배신감이 몹시 마음을 괴롭혔다.(24쪽)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중년남자의 실직이다. 실직. 이 말처럼 중년을 정의하는 기막힌 말이 있을까 싶다. 그렇다. 중년은 실직 또는 실직의 인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실직은 금전적 차원에서의 손실을 의미하지만,조직원으로서의 상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선이라는 중년남자는 실직으로 자기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대단히 바람직한 케이스이다. 역시 문제는 가정이고 아내와의 관계이다. 중년의 나이, 그야말로 살기 힘들고 돈 들어갈곳 많고 많은 시기다. 부부간의 애정은 그에 반비례한다.한 가장의 실직은 한 가정의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최대의 사건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말이다. 다행이 이 책의 주인공 중년남자 정선은 재취업에 성공했다. 정말 다행이다."맞아요.나는 아내와 동반자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무엇인가를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돈도 벌어다 주었고 아이들에게 용돈도 주었죠. 집 청소도 해주었고 설거지도 해주었어요. 그러고 보니 나는 무엇인가를 주려고 했고 주지 않으면 내 존재가 쓸모없는 사람인 것 처럼 느끼고 있었네요."(71쪽)컨설팅을 받는 정선은 자신의 존재감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주더라도 뭐가 있어야 줄 수 있는 것이지. 예전 데카르트는 생각하면서 자기의 존재를 인식했다지만, 요즘은 뭐든지 사면서 자기 존재를 인식한다. 자본주의의 표상인지 뭔지, 세상을 뭐들 사라고 아우성이다. 그리고 뭐든지 보여주고 내보이면서 좋아요 의 숫자로 자신의 가치를 규정한다. 좋아요 는 내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남들에게 기쁨을 주는 그 보람이란... 각설하고 중년세대들은 뭐든 주는 존재로 자신을 규정하는 것 같다.줄수 있다는 것은 뭔가를 만들어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또한 그간 사회생활에서 겪었던성과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어떤 일이든 성과가 있어야 했다. 성과 없이 결코 과업 없다.그러니 성과를 내지 못하면 존재이유가 없다. 이런 세상에서 성과에 짓눌려온 이 시대 중년가장들이다. 마침내 줄 수 없는 위치에 서있게 된 중년남성에게 과연 스스로의 아이덴티티가 얼마나 있을까.단지 직급으로서의 주어진 아이덴티티만 있었을뿐이다. 그저 조직에 순응하고 적응하는 능력으로서의 아이덴티티 말이다.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낯설어진다. 내 아들이고 내 딸인데 어느 날 보니 얼굴도 변하고 몸도 변하고 얘기를 해보면 예전과 너무 다르다. 중년이 되면 낯선 느낌보다는 익숙한 홈home이 필요하고 정서적으로 친밀한 느낌이 필요한데, 자식에게 낯선 느낌, 타인 같은 느낌을 받는다. 아버지 부재 현상의 결과다. 부인하고도 정서적 관계가 안 되는데 애들하고도 이렇게 낯선 느낌이 자꾸 들면 남자들은 집에서 설 자리가 없다.(114쪽)중년은 가정에서도 직장과 마찬가지로 소외되는가 보다. 그렇게 가정을 위해 머슴처럼 일하고 투쟁도 불사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가족의 냉대라니. 스티브잡스가 그옛날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현상들이 지금 한국의 여러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놀랍지만 새롭지는 않다. 어차피 헤게모니는 이동된지 오래다. 아내로, 자식으로, 심지어 애완동물로까지 이어지는 권력의 이동을 중년남성이 모를리 없다. 고민하겠지. 이 대세의 흐름에 순응할 것인가, 대응할 것인가. 하지만 뭘 어떻게 해도 권력을 잃어버린 중년남성은 서글프다. 그간 누려왔을 권력의 달콤함을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과시욕은 있다.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자기 안에 과시욕이 있음을 인정하고 조절한다. 그러나 병리적인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그런 조절 능력이 없다. 자기 존재를 드러내려고만 하고 섬김을 받으려고만 한다.(125쪽)나이가 들면나잇값을 해야 하는데, 그게 맘처럼 쉽지가 않은가 보다. 누가 봐도 뻔한 억지를 부리는 중년남성들. 어찌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프로이트가 주창했듯이 사람들은 청소년기를 잘 보내서 어서빨리 수퍼에고의 레벨로 올라가서 숭고한 이상적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은 수퍼에고는 커녕 이드, 심지어 에고단계에서 머물러버리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왜 그럴까. 왜 사람들은 성숙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가정에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혹시 사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사회구조적으로 이 프레임이 성숙되지 못한 사람들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우리가 성숙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항상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코코넛...인생의 발달단계에서 못한 한 숙제는 성인아이를 만들고, 성인아이는 파워를 좇는다. 돈을 벌고 권력을 쥐고 명예를 얻으면 초라하고 부족하고 모자란 내가 덮어지거나 없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의 문제는 이렇게는 풀리지 않는다. 자신의 부족함과 초라함, 형편없음을 직면하고, 살면서 배우고 획득했어야 할 마음의 자산을 회복할 때 마음의 문제가 해결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과 싸울 수 있는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172쪽)언제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고 힘들고 고되고 처절하다. 중년이 힘들다면 그 싸움을 진지하고있는것이다. 그동안 남들과 열심히 싸워온 당신, 이제는 자신과 맞짱 뜰 시간이다. 자신과 마주보고 진정으로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동안 어쩔수없이 피해왔던 불편한 진실과 만나야 하는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길 마음 간절하지만, 아직도 불타오르는 욕망과 권력을 자신한다면, 그것도나쁘지는 않다.하지만 자신과 솔직하게 만나면 아마도 겸손해지지 않을까 한다. 특히나 중년이라는 시기에 접어들면 말이다. 그리고 그동안 허영과 과시에 살았으면 이젠 앞으로 좀 겸손하게 살아도 되지 않나. 뭔 그리 큰 욕심을 갖고 살려고들 하시는지...
열심히 살면 될 줄 알았는데, 몸도 마음도 둘 곳이 없다!
우리나라 중년 남자의 현실은 한마디로 위기 그 자체다. 돈과 권력, 명예를 제공했던 직장에서 떠나야 하고, 노화로 몸은 점점 볼품없어진다. 성(性)적으로도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아내도 자녀도 자신을 그저 돈 벌어다 주는 기계 취급하는 것 같다. 열심히 살기만 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중년에 이르러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힘만 드는 이런 현실은 어디에서 연유했을까? 그리고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국내 상담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는 법을 안내한다.
프롤로그_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1부_어느 날 문득 인생이 낯설어지다
1_회사는 내게 무엇이었나
승진이 걸린 미국 출장길
한마디 항의 없이 회사를 떠나다
열심히 일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아내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유
실직 선배를 만나다
실패한 나를 살린 건 돈이 아닌 아내였어
초라한 모습을 보이느니 죽는 게 낫다
뭔가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
잠자리에 실패하다
가끔씩 생각나는 그녀
가족에게 돈 벌어다 주는 기계
내가 왜 이러지?
2_존재적 삶을 시작하다
중년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
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살다
오직 돈으로 연결된 가족 관계
마음의 문제는 마음으로 풀어야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시작하다
마음이 연결되어야 살 수 있는 존재
아내에게 마음을 얘기하다
상담을 마치고
2부_상실의 시대
1_하나둘 몸의 기능을 잃다
청소년기엔 없던 것이 생기고 중년기엔 있던 것이 없어진다?
원치 않는 변화만 생긴다
외모와 함께 변하는 것들
2_사회적 지위가 흔들리다
쓸모없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렵다
나 아직 안 죽었어!
3_남성성이 없어지다
중년 남자가 성에 집착하는 이유
성공한 남자들의 성추행
몸은 몸으로, 마음은 마음으로
4_부모-자녀 세대 사이에서 정체성을 잃다
살아남는 게 목적인 서바이벌 세대
생존보다 자기표현이 중요한 아이덴티티 세대
재미없으면 안 하는 펀 세대
5_집에 와도 자리가 없다
아내에겐 찬밥신세
자녀에겐 명목상 아버지
중년 남성의 위기는 파워의 위기
3부_파워에 목매는 이유
1_두려움이 클수록 허세를 부린다
청소년기의 허세가 반복되다
뭔가를 보여주리라
커지고 싶다, 완벽해지고 싶다, 나를 섬겨라
2_인생의 못다 한 숙제가 발목을 잡는다
인생의 8단계와 단계별 숙제들
못다 한 숙제가 만드는 증상들
3_내면이 어릴수록 파워에 집착한다
손자의 장난감을 뺏는 할아버지
직장은 포기한 채 아내에게 의존하는 남편
은퇴 후 망가진 아버지
4_나는 파워에 목매는 성인아이인가?
나 점검하기
나는 어떤 종류의 성인아이인가
파워 없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쓰는 방어기제들
4부_성인아이에서 진짜 어른으로
1_성인아이들의 특징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남의 생각에 맞춰 산다
크게 보이려고 쓰는 방법들
2_완벽형 성인아이의 성장 스토리
상사의 지적을 견디기 힘든 이유
성인아이임을 인정할 때 느끼는 감정들
인간은 누구나 부족한 존재
부담?긴장?불안 없는 보통의 세상에서 살기
3_도취형 성인아이의 성장 스토리
나는 세상의 중심, 모든 일의 주인공
속으론 떨면서 겉으로는 센 척
방어하지 않고도 괜찮다
4_의존형 성인아이의 성장 스토리
누군가 옆에 없으면 두렵다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야 진짜 어른
찌질이 같아 보여도 괜찮다
5부_파워를 넘어 관용과 자유로
1_중년기에는 중년기의 숙제가 있다
자녀가 정말 원하는 일은 지원해준다
도와주되 보상을 바라서는 안 돼
채우기에서 비우기로 방향 전환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2_노화에 대처하는 자세
‘나도 늙는구나’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몸과 마음의 나이를 일치시킨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
3_제2의 직업을 찾는 노하우
‘젊은이들처럼 뛰지 못한다’는 전제
새로 시작하기보다 있는 것에 통합하기
인생 전반전에 실패했다면
4_정서적 관계 맺기
집에서는 어벙해야
논리는 일을 할 때만 필요하다
논리를 초월한 관계 맺기
직장에서는 머리로, 집에서는 가슴으로
5_가족과 새로운 관계 만들기
‘머슴, 하녀’가 아닌 ‘남자, 여자’로
화성에서 온 남자 vs 금성에서 온 여자
자녀에게 부모는 영원한 ‘비빌 언덕
정서적인 친구와 일없이 만나자
일은 나의 일부분일 뿐, 나는 일을 초월하는 존재다
에필로그_이제, 위대한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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